대담-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보기술개발단장 김용환
첨단 과학군으로 가기 위한 국방 경영혁신 방안
이제는 국방 연구개발을 민군 협력 기술개발로 바꿔야 한다
지난달 3월 22일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과 국회 동북아평화안보포럼이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국의 국방개혁,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동 세미나를 주최하였다. 3부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1부는 미래전에 대비한 국방개혁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토론하였고, 2부는 미래전에 대비한 한국의 국방운영 혁신, 3부는 미래전 대비 한국의 국방발전을 위한 제언 순으로 진행되었다.
그중에서 요즘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민군 협력의 중요성을 과제로 삼아 한국군의 발전방향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여 제안한 내용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군사저널에서 만나 보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45년 역사상 군 장성 출신으로는 최초로 정식 연구원으로 채용되어 활약하고 있는 김용환 안보기술개발단장이 그 화제의 인물이다.
민군협력의 교량 역할, KIST 안보기술개발단
-먼저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국방 관련부서인 안보기술개발단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설 목적과 무슨 일을 하는지를 말씀해 주시죠.
“KIST 안보기술개발단의 모체는 작년에 제가 정책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민군 협력의 창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잠정적으로 운영했던 국방과학기술기획단입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국방 및 방재 분야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지난 12월 조직 개편 시 정식 조직인 안보기술개발단으로 발족되었으며, 군 출신인 제가 단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안보기술개발단의 주 기능은 한국 최고의 연구기관인 KIST의 연구개발 역량을 국방 및 방재 분야에 접목하여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가 지난 45년간 개발하여 갖고 있는 기술이 1만여 건이나 되고 다른 연구소들의 개발 기술들까지 다 모으면 수만 건이 될 것입니다만, 실제로 군에서 활용되는 기술은 매우 적습니다. 서로 모르다 보니 양쪽에서 중복 개발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정보가 교환되는 협력체계가 구축된다면 국가적으로도 매우 유익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러한 민군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보기술개발단이 창구가 되어 적극 노력할 계획입니다.”
-국방부에는 국방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있습니다. 종합연구소인 KIST가 국방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면 서로 역할이 중복되지나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겠는데요.
“말씀하신대로 KIST는 한국 최초의 종합연구소입니다. 국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대부 격인 KIST는 1966년에 설립된 이래, 대한민국 경제 발전사와 맥을 같이하면서 국내 산업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의 산실 역할을 해 왔습니다. KIST는 완성제품을 개발하는 곳이 아니라 제품의 소재나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기초과학 연구소입니다. 교과부의 통제를 받는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13개 연구소 중의 하나로서 기초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국가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주기능입니다.
ADD는 응용기술을 활용하여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연구소이며, 군화나 방독면, 발전기, 방탄복 등 비무기체계를 연구하는 연구소가 우리 군에는 없습니다. ADD가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 분야의 기초 원천기술이나 비무기체계 분야에서 요구되는 각종 기술을 KIST를 비롯한 기초기술연구소들이 개발하여 지원한다면 업무 중복 없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국방연구개발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단장님께서는 그동안 민군 겸용기술 개발이 아니고 민군 협력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계시는데 민군 겸용기술 개발이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기술에는 국경이 없듯이 기초 기술도 군과 민의 경계가 없습니다. 군용 전지나 상용 전지나 똑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전기나 레이더, 발전기도 군과 민이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군은 혹독한 상황에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 수준이 더 높을 뿐입니다. 민에서 개발하여 쓰는 기술이 좋으면 군이 사용할 수도 있고, 군에서 개발된 기술을 민에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민과 군이 공통으로 사용할 기술을 찾아서 개발한다는 것은 목적이 불분명해져서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처럼 비효율적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군수 및 민수 분야의 연구개발 자원을 총체적으로 활용하여 산업경쟁력 및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8년 4월에 ‘민군겸용기술사업촉진법’까지 제정하여 민군 겸용기술 사업을 추진하여 왔으나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의 실적이 158건에 불과하였습니다. 국방 연구개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민간측에서 민군 겸용기술 개발 대상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군측에서도 민간측이 어떤 민군 겸용기술을 요구하는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차라리 군에서 연구가 필요한 기술에 대해 민군 기술협력 파트너를 찾아보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작년 10월에 개최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기존의 ADD 민군겸용기술센터를 국과위 산하로 개편하면서 민군기술협력지원단으로 명칭을 바꾼 것은 의미 있는 개명 작업이라고 하겠습니다.”
장교, 군사 과학기술의 견문 넓혀야…
-이번 세미나에서 김 단장님이 첨단 과학군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획기적인 제안을 하셨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장교들에 대한 군사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자고 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제가 말하는 군사 과학기술 교육이란 과학자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과학자와 연구소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군사 과학기술 정보 교육입니다. 부모가 자식보다 무식하면 자식이 주장하는 요구를 제대로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과학자들이 연구개발에 10년 걸린다고 하면 10년간 기다려 왔습니다. 다른 나라가 5년 걸렸다는 걸 알았다면 우리는 왜 10년 걸리느냐고 물어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해외 군사 정보, 국내 연구 개발 수준에 대해 알고 있어야 연구개발 통제가 가능하고 우리 여건에 맞는 무기를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기획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관학교, 각 군 대학, 국방대 등에서 군사과학기술 정보 교육을 추가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언론 발표에 의하면 소령 진급시부터 우수한 장교를 선발하여 1년간 국내 기업에 연수시키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1개월만이라도 국내 과학기술 연구소들을 순방하여 군사과학 기술의 견문을 넓혀 준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사관생도들도 해외 배낭여행 기회가 있는데 사전에 선진국 국방과학연구소와 협조하여 방문할 기회를 갖게 해준다면 군사 과학기술 분야의 안목을 넓히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체계를 구축하자고 하셨는데, 국방부나 방위사업청이 아직 협력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다는 의미인지요?
“그렇습니다. 방사청은 지난 2007년에 지경부와 상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체계 개발에 필요한 산업기술을 협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민군 겸용기술개발도 지경부 소관입니다. 지경부 산하에는 산업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14개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 무기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산업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민군 협력을 통한 기초 원천 기술 확보가 더 중요합니다. 교과부 산하에는 기초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13개 있습니다. 국방 연구개발은 산업기술과 기초기술 양 날개가 있어야 높이 날 수 있습니다. 국방부(방사청)가 기초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교과부와 미래를 향한 기술개발 협력체계를 보다 굳건히 하는 것이 우리 군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군사과학 전문가 교육, KIST 안보기술개발단의 역할
-군사과학 THINK TANK를 만들자고 하셨는데 어디에 어느 규모로 만들자는 제안인지요?
“베트남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보 구엔 지압 장군은 1975년 이후 국방장관, 교육과학 부총리를 역임하고 현재 베트남 정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에서는 첨단무기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첨단무기로 무장했더라도 우수한 두뇌가 없으면 다 헛일이다.…각종 국가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의 식견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싱크 탱크를 여럿 세웠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국방성 산하에 싱크탱크인 DARPA(국방고등연구사업단)을 설치 운영 중인데 전략전술가, 과학기술자 등 약 250여명 규모로 편성되어 다가올 미래전을 예상하여 대응 무기체계 연구개발 기획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인터넷이나 날아오는 미사일을 녹이는 레이저 무기의 아이디어도 여기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도 전역한 전략/작전 전문가와 획득전문가, ADD 및 방산연구소 경험자를 활용하면 우수한 군사과학 THINK TANK 확보가 가능합니다. 약 40~50명 규모로 편성하여 국방부 직속으로 운영한다면 한국 여건에 부합되는 미래 지향적인 연구개발을 선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과학기술 전문가 중심의 연구개발 기획단을 각 군에 설치하여 연구개발 기획기능을 보강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ADD가 있는데도 각 군에 별도의 연구개발 기획기능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과학기술자는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해외 무기 도입 업무가 전력증강의 기본 업무였습니다. 국내 연구 개발 수준이 향상되면서 이제는 무기 획득비의 70~80%는 국내 구매에 할당됩니다. 이제는 미래전에 필요한 국내 연구개발이 방위사업 관리의 주 업무가 되었습니다. 연구개발은 소요제기부터 시작되는데 이 소요제기 단계에서 우리 군의 미래 전투력이 결정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군은 각 군 학교와 교육사에서부터 소요제기가 시작되는데 소요제기 부서에 전문 과학기술인력이 편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ADD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각 군 본부나 합참, 방사청에도 과학기술 전문가가 편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의사 결정 단계에서 ADD의 의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연구자들은 본성적으로 위험한 연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실패했을 경우 책임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개발의 성공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첨단 무기를 개발하기는 어렵습니다. 보다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기획기능이 소요제기 단계에 별도로 필요합니다. 지금은 민간 기술 수준이 군보다 높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전문 과학자들을 획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군 연구소 경험자들을 전환하여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계룡대에 과학기술 전문가가 50여명만 있어도 우리 군의 연구개발 기획기능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미래 첨단 과학군을 위해 민군 기술 협력체계 절실
-TOP DOWN식 연구개발 기획채널을 별도로 구축하자고 제안하셨는데 현재의 연구개발 기획체계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현재 우리의 연구개발 소요제기는 아래에서부터 바톤 터치식으로 올라오는 상향식 의사결정체계입니다. 그 과정에 과학기술 전문가가 편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개발 담당 과학자들의 의견이 거의 지배적입니다. 우리 군이 미래 첨단 과학군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연구원들이 선호하는 안전한 연구개발보다 미래군이 필요로 할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군 연구소를 통한 상향식 연구개발 소요제기 채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방성이 직접 기획하여 하달하는 하향식 채널이 별도로 운영되는 TWO TRACK 체계입니다. 미국은 각 군 연구소와는 별도로 국방성 산하 DARPA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획기적인 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과학기술 강국의 하나인 인도의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확인해 보았는데 인도도 군 연구소를 통해 과제를 공모하는 상향식 채널 외에 인도 국방성 과학기술위원회가 별도 과제들을 공모하여 개발하는 복합체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전 국민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정부 출연 연구소들과 방산업체 연구소 등 전문 연구기관의 기발한 소요 제기를 검토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창조적인 체계 구축이 요구됩니다.”
-방산 연구소들과 정부 출연 연구소들을 협력시키자고 한 아이디어는 무척 참신해 보입니다만 보수적인 방산 연구소들이 선뜻 나서려고 할지 궁금하네요.
“지금 우리 방산업체들은 창설 후 겪어보지 못한 매우 커다란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ADD가 설계해 주었고 만들어진 규격대로 생산만 하면 군이 100% 매입해 주고 이익도 10% 정도 보장해 주었습니다. 이제 재래식 무기의 연구개발 기능이 방산업체로 이관되었습니다. 이제 스스로 연구개발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방산 업체의 연구개발 기반은 취약합니다. 80여개 업체 중 1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는 10개도 채 되지 않습니다. ADD의 기술 인력도 전환되지 않고 기능과 책임만 넘어온 셈입니다. 신입직원만 많이 확보한다고 하루아침에 연구개발 기반이 구축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해결 방안이 하나 있습니다. 40여년간 연구개발 기초를 닦아온 세계적인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 출연 연구소들의 과학기술 인프라는 세계 3~4위 수준입니다. 국제 특허 출원건수도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4위가 되었습니다. 이런 연구소들과 방산업체 연구소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최근 제가 대표적인 방산연구소 몇 군데를 방문해 서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타진해본 결과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군은 정부 출연 연구소들과 협력하는 데 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ADD에 의존하는 연구개발 체계였습니다. 민과 군은 서로 잘 모릅니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민군 기술 협력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간다면 우리 국방 연구개발과 방산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우리 KIST도 민군 협력 기술개발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김 단장님의 활약에 힘입어 KIST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용환 안보기술 개발단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가 생각났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만약 클린턴 전 대통령이 우리 국방 연구개발 현황을 꿰뚫어 본다면 이렇게 얘기하지 않을까? “바보야, 문제는 민군 협력이야!”
신승호 기자